|
누리봄에 가기 전 정신 간호 실습에 대한 부담감이 컸었다. 이미 실습에 다녀온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환자분들의 증상이 다양하고 정도 또한 달라 어떻게 환자분들과 소통을 해야 할 지 밤새 고민했다.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고 간 누리봄에서의 첫 날 원장님께서 오티를 해주셨을 때, 나의 걱정과 두려움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원장님께서 이곳에서 실습하는 의미와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이곳에서의 환자분들과의 대화는 환자의 생각과 상처를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시며 대화할 때 그저 시간때우듯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웠던 이론과 실제를 비교해보고 이론으로는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서의 단기 목표를 정했다. 누리봄의 모든 회원님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그분들을 웃게 해드리자 였다. 작은 목표를 설정하니, 행동의 방향이 정해지고 수월하게 회원님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대화의 스킬이 부족해서 계속 단답식으로 끝나는 질문을 던지다가 내가 주도가 되지 않으면 대화가 이어질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는 개방적 질문을 하고 초점을 회원님에게 맞추기 위해 칭찬보다는 격려와 위로를 했다. 이렇게 하니, 어색해하시고 시큰둥한 반응으로 단답식으로 대답하셨던 회원님들께서 최대한 대답해주려고 하시고 또 역으로 질문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져서 대화를 이어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나도 이곳에서 지내면서 벌써 회원님들에 대한 편견이 생긴건지 '저 분은 산책 잘 안나가셔, 저 분은 게임 원래 안하셔'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마음에 '같이 가실래요?' 라고 질문을 했을 때 원래 자주 안 나가시던 분이 같이 가자고 하셔서 놀라기도 했고 겉으로는 우리를 귀찮아하고 표정이 좋지 않으셔도 모든 회원분들은 우리가 다가와주길 분명 바라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면서 생각이 편견으로 물들면 행동까지 편애로, 치우쳐서 나타나고 또 그렇게 비춰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차싶었던 순간이었고 나 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실습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은 말을 걸면 단답으로 '예' 아니면 혼잣말로 알 수 없는 말을 하시는 분이 계셔서 그 분과의 대화는 1분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같이 장을 보러 간 날 회원님과 나는 같은 조가 되었고 나는 물건을 맞게 사는지, 유통기한은 보시는지 도와주었는데 회원님께서 '선생님께서 잘 해주셔서 장을 빨리 봤다. 감사하다' 라면서 처음으로 길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문장을 말씀해주셨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세상을 살면서 사람을 대할 때 내가 가져야 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은 상처를 가지고 있고 다들 외로움을 느끼지만 그것이 극복가능한 정도 인지 또 같은 고난이라도 사람의 성향에 따라 견딜 수 있는 정도가 다르기에 그것이 증상으로 나타나고 병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내 주위의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나를 이해하려고 하고 노력하는지를 보고 느꼈다면 병으로 진전되기 전에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했다. 정신 질환자이든 정신병은 가지지 않은 사람이든 기본적으로 느끼는 결핍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지속적 관심, 사랑, 격려, 위로는 인생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므로 정신질환자라고 해서 무섭고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이러한 기저 결핍들을 채워주고 증상에 맞는 치료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 실습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친절한 사람이 되기 보다는 이해하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것이었다. 5일간의 짧은 실습 기간이었지만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어서, 회원님들을 이해할 수 있어서 값진 의미가 되는 경험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