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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의 정신간호학 실습처는 누리봄 말고도 여러군데가 있다. 정신질환을 지닌 사람들이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이용시설이나 전화로 상담을 해주는 시설이 그 예이다. 그 실습처들을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신과 간호사를 꿈꾸는 나는 누리봄에서 실습하게 되어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정신과 간호사는, 증상 조절을 위해 약물을 투여하고 약물 부작용 관리를 위해 힘쓰고 항상 자해나 타해의 위험에 곤두서있으며 어떤 마음의 상처로 인해 입원한 환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정신질환자들의 퇴원 후 일상생활과 삶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누리봄에 와서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신질환이 사람의 삶의 모든 영역에 얼마나 큰 작용을 하고, 고혈압이나 당뇨만큼 장기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질환을 관리하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간호사의 또 다른 역할도 배우게되었다.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 정신간호학 실습은 병원에서 하는 다른 실습들에 비해 수월한 편으로 평가받는다. 나 또한 '정신간호 실습은 준비해도 되는게 없겠지.'라는 마음으로, 올해 첫 실습임에도 불구하고 책도 읽지 않은 채 실습에 임했다. 여러 회원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내는데 증상으로 인해서 유난히 대화가 힘든 회원분이 있어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호사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선생님은 '대상자의 말에 공감을 한 후에 바로잡아라'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 대답을 듣고 나는 그제서야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치료적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중의 기본인데. 항상 염두 해 두고 실습했던 것들인데. 어느 순간 나는 그것들을 다 잊고, 실습생이라는 신분을 잊고 학습과 실천이 아닌 그저 수다를 떨고 있었던 것이다. 실습에 임하는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예전보다 더욱 공감해주고, 들어주고, 바람직한 것을 격려하고, 나 자신을 먼저 드러내면서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대상자를 위해 마음만 앞선 사람이 아닌, 실제로 도움이 되는 행동과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누리봄 주변에 국립정신건강센터를 비롯해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시설들이 많이 있어서, 오며가며 지역사회 안에서 생활하는 많은 만성질환자들을 볼 수 있었다. 동네에서 정신과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것으로 추측되는 걸음걸이의 뒷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알고보니 우리 사회에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는데, 왜 병원에만 있다고 생각했을까. 이에 관한 공부를 하는 나조차도 사회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있는지 몰랐는데, 관심없는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이 사회는 관심없는 만큼, 그리고 모르는 만큼 이들을 배려해주지 못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관심을 두고 편견을 갖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속에 내가 꼭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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