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사회복지를 전공하는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첫 실습을 병원에서 하길 원하는데, 나는 오히려 누리봄 같은 지역사회전환시설에서 첫 실습을 해보고 싶었다. 병원과 지역사회의 중간단계이자, 만성정신질환자들이 단기거주 하는 동안 사회복귀 훈련을 제공하는 시설에서 정신질환자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일상을 공유하다보면 그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보다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실습 첫 주는 시설에 적응해야했기 때문에 긴장되면서도 내가 가진 고정관념을 깨야했던 정신없는 기간이었다. 가장 먼저 작은 일도 혼자서 해내기 어려워 보이면 도와준다는 명분하에 대신해주곤 했던 나의 태도가 회원의 독립성을 기르는 것에 방해가 되고 일상생활훈련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어떤 일이던지 스스로 하도록 격려하고, 수행내용에 대해 지지를 표현하면서 회원이 자립심을 기르도록 하는 역할에 적응하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혹시 회원이 이해하기 어려울까봐 낮은 수준으로 설명했던 배려가 오히려 그들을 무시하는 행동일 수 있음을 알고 더는 그러지 않기 위해 신경 썼다.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을 뿐,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정신질환자라서 길고 자세하게 부연설명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행동 했던 것 같다.

 시설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그 중 특히 체육활동 시간이 재미있었다. 인근의 주간재활시설인 소망나무 회원들과 함께 체육관에서 힘들게 땀흘리고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 수 있었고, 회원과도 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사회적 사정 대상 회원과도 체육관에서 자율활동 시간에 같이 배드민턴하고, 걸어다니면서 많이 가까워지고 친해졌다. 실제로 그곳에서 운동하는 동안 현재 고민이나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함께 개입 계획을 세워보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3회기의 레크레이션 프로그램 진행은 전체 회원이 참여할 수 있으면서도 재미있고 안전한 게임을 구상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름 많이 준비했음에도 어수선했고, 재미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실습생이라고 이해해주고 배려해주었던 회원들이 감사했다. 프로그램 진행 후 일지를 작성한 것도 내가 진행 했던 프로그램을 돌아보고 실수를 상기하여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이번 실습기회를 통해 첫 목적이었던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었고, 그들과 대화하는 법, 그들을 이해하는 법 등을 배운 것 같아서 뜻 깊었다. 많이 부족하고 어리숙해서 선생님들을 흉내 내던 우리에게 사실적이고 냉정한 피드백을 통해 좀 더 현실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도록 독려해준 많은 선생님들께 감사한 한 달 이었다. 언제나 우리를 좋게 봐주고 항상 웃어주던 회원들도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