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장애인은 선거가 시행되는지 여부조차 홍보 부족으로 알지 못하고 선거후보의 정보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국민투표법 등 정치관계법은 10년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고 장애인을 위한 선거 편의시설 증진 또한 의무화 규정이 없어 시정이 요구된다.

시각장애인 안모(남)씨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 높은 계단 턱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뎌 팔에 골절상을 입었다.

안 씨는 “비장애인은 TV를 보며 선거일과 후보 정보를 쉽게 취득하겠지만 나처럼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한 선거일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길이 미끄러워 투표소까지 가는 길에만 몇 번을 넘어졌고 결국 투표소에 다 도착해 골절상까지 입었다”고 토로했다.

2008년에는 투표보조용구를 제공받지 못해 직접 투표를 하지 못한 시각장애인 임 모씨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문제를 제기했고 인권위는 이에 대해 명백한 차별행위라며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등록장애인 중 96.1%에 달하는 220만 명의 장애인은 18세 이상의 유권자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장애인을 위한 선거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05년 인권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설에 있는 동안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장애인 가운데 20.8%는 선거일정 및 후보자, 공약 등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또한 선거출마자들은 홈페이지와 UCC 등을 통해 다양한 선거운동을 펼치는 상황이지만 장애인을 배려하는 후보는 드물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정보접근성의 차이는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총연합회(이하 장총)와 정치계 일각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선거홍보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투표시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법안을 마련하자는 데 입을 모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은수 의원(민주당)은 “후보자 연설방송, 광고방송 등에서 수화·자막 서비스를 의무화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의무화 사항은 전무하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시에도 점자홍보물 의무화, 연설원 수화통역사 배치 의무화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장총 은종군 팀장은 “▲ 시각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점자형 선거공보물의 제출을 의무화 ▲청각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수화·자막방영의 의무화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의 투표소 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일부 후보자는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작했지만 선관위에서는 선거공보의 점자를 제대로 검수하지 않았고 점자형 선거공보의 경우 책자형 선거공보에 게재된 내용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정돼 알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장애인권익연구소는 장애인 유권자의 정치의식이 확대일로에 들어서 각 장애유형별로 세분화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애인권익연구소 신용호 소장은 “설문조사를 한 결과 비장애인의 정치참여와 관심은 축소된 반면 장애인의 정치의식과 정치 참여 의지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60.5%의 장애인들은 선거권이 침해 받을시 국가를 상대로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데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 소장은 “특정 장애유형인 시각장애‚ 청각장애‚ 정신장애의 경우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현저하게 투표율이 낮아 이들에 대한 세분화된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선관위는 사회 전체적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장애인만을 위한 투표소를 설립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장애인만을 위한 선거홍보 계획은 아직 잡혀있지 않고 장애인에게 적합한 투표소를 확충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라며 “의무화규정은 없지만 선거공보물 2면에 선거후보에 대한 핵심적 정보는 반드시 공개토록 했다”고 해명했다.